과학

양자 불멸: 죽음 뒤에도 의식은 사라지지 않는다?

OUTNUMBERED 2025. 4. 15. 12:03

양자 불멸: 죽음 뒤에도 의식은 사라지지 않는다?
양자 불멸: 죽음 뒤에도 의식은 사라지지 않는다?

 

길을 걷다 갑자기 차에 치여 사망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그러나 다른 현실에서는 당신이 그 차를 간발의 차로 피했을지도 모른다. 양자 불멸 (퀀텀 이모탈리티)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한다. "의식은 죽음이 발생하지 않은 세계로 전이되므로, 자신의 죽음을 직접 경험하는 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개념은 양자역학의 '다세계 해석'에 근간을 두고 있다. 해당 해석에 따르면 의식은 무수한 평행 우주와 대체 현실에 걸쳐 존재한다. 결국 특정 현실에서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의식은 생존한 다른 현실의 자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결코 '자신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없게 된다. 이 이론은 과학계와 일반 대중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연 양자 불멸은 현실적으로 가능성 있는 이론일까?


다세계 해석이란

양자 불멸 (퀀텀 이모탈리티)이라는 개념은 1957년, 미국 물리학자 휴 에버렛 3세(Hugh Everett III)가 제안한 다세계 해석(MWI)에서 시작되었다. 에버렛은 우주가 끊임없이 분기하며, 모든 가능한 결과가 각각의 현실 속에서 동시에 전개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친구들과 쇼핑몰에 갈지 말지 고민하는 순간, 우주는 두 개의 현실로 갈라진다. 하나는 쇼핑몰에 가는 현실, 다른 하나는 집에 남는 현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 또 다른 ‘나’는 다른 선택을 한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매 순간 무수한 현실이 생성되고 있다는 게 다세계 해석의 핵심이다.

 

이 개념은 1935년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의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상자 안에는 고양이와 독극물이 연결된 장치가 들어 있다. 장치는 50% 확률로 작동하며, 고양이를 죽일 수도, 살려둘 수도 있다. 상자를 열기 전까지 고양이는 ‘죽음’과 ‘생존’ 두 상태가 겹쳐진 중첩 상태로 존재한다. 이는 입자가 관측되기 전까지는 여러 상태가 중첩된 상태로 존재한다는 양자역학의 특성과 맞물린다. 그리고 이 세계의 실체는, 우리가 관측할 때 비로소 하나로 결정된다. 하지만 다세계 해석은 다르게 본다. 우리가 고양이를 죽은 상태로 관측했다면, 동시에 다른 현실에는 살아 있는 고양이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러시안 룰렛 사고실험

양자 불멸 (퀀텀 이모탈리티)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데 가장 자주 등장하는 예는 러시안 룰렛 사고실험이다. 탄환 한 발이 들어 있는 리볼버의 실린더를 돌린 뒤, 관자놀이에 총을 겨눈다고 가정하자. 6분의 1 확률로 죽을 수 있다. 하지만 다세계 해석에 따르면, 당신의 의식은 항상 죽지 않는 결과가 일어난 세계에서만 인식된다. 다시 말해, 당신은 죽는 경험 자체를 결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1986년, 물리학자 유언 스콰이어스(Euan Squires)는 이 생각을 정리해 ‘퀀텀 이모탈리티’라는 사고 실험을 공식화했다. 핵심은 단 하나다. 의식은 언제나 죽음이 일어나지 않은 세계를 따라간다. 그래서 어떤 현실에서 총에 맞아 죽었더라도, 당신의 의식은 그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 있는 다른 세계에서 계속 이어진다.

 

이 개념에 따르면, 사고, 질병, 위기와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이미 죽었지만 살아 있는 세계를 따라가기 때문에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입자가 동시에 여러 위치에 존재할 수 있듯이, 의식 또한 동시에 여러 가능성 속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식은 정말 영원할 수 있을까?

1997년, MIT 물리학자 맥스 테그마크(Max Tegmark)는 ‘퀀텀 자살(Quantum Suicide)’이라는 실험을 제안했다. 이번에는 고양이가 아닌 실험 대상이 사람이 된다. 총의 발사 여부는 양자 입자의 회전에 따라 결정되며, 입자가 한 방향으로 회전하면 총이 발사되고, 다른 방향이면 발사되지 않는다. 반복 실험에서 총알을 피한 세계만이 의식의 흐름으로 이어진다면, 그 사람은 이론상으로는 영원히 살아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퀀텀 이모탈리티는 여러 근본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신체의 노화와 물리적 한계를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사고를 피하고 살아남는다 해도, 신체는 점차 기능을 잃는다. 의식이 옮겨갈 수 있는 세계가 있다 해도, 결국 육체가 한계를 맞는 순간은 찾아오게 된다. 또한, 죽음이 갑작스럽게 찾아오지 않고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는 과정이라면 어떻게 되는가? 뇌세포가 하나 둘 죽어갈 때, 어느 순간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걸까? 그렇다면 자아는 분열되는 것인가? 그리고 다중 우주나 의식의 이동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현재의 과학은 인간의 의식을 통제하거나, 다중 현실을 오갈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퀀텀 이모탈리티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영원히 확인할 수 없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양자 불멸이라는 개념은 현실에서 증명될 가능성이 극히 낮다. 그럼에도 이 흥미로운 가설은 우리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살아있음을 당연하게 여길까? 지금 숨 쉬고 의식하는 순간이 무수한 가능성 중에서 유일하게 실현된 하나의 현실이라면, 우리의 존재 자체가 기적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