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27

역사상 가장 황당했던 경매 5가지

명품 가방부터 한정판 운동화, 고미술품, 심지어 유명 연예인의 소장품까지, 세상에는 경매에 나오지 않는 것이 거의 없다. 이제는 단 하나뿐인 수집품이나 예술 작품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불하는 일도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 경매 사례를 살펴보면,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이례적인 물건들이 실제로 거래된 기록이 있다. 이 글에서는 역사상 가장 독특했던 다섯 건의 경매 사례를 살펴본다. 그 물건은 왜 경매에 나왔고, 이 비상식적인 거래가 어떻게 가능했으며, 그 뒤에 어떤 이야기를 남겼는지 객관적인 기록을 통해 추적해 보려고 한다.로널드 레이건의 혈액 샘플 2012년 5월, 한 수집가가 미국의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의 혈액 샘플을 경매에 올렸다. 누군가에게는 신성모독으로 보일 수..

역사 2025.06.09

누가 라스푸틴을 죽였는가?

한국 현대 정치사에는 권력의 이면에 숨어 국정에 영향을 미친 인물들이 적지 않다. 박근혜 정부 당시 '비선 실세'로 불리며 탄핵 사태의 도화선이 된 최순실, 그리고 최근 불법 계엄령 논란 끝에 탄핵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후 인물로 지목된 무속인 ‘천공’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공적인 권한 없이 권력 핵심에 접근해 영향력을 행사하며, 대중의 분노와 관심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오래전 먼 러시아에서도 있었다. 바로 그리고리 라스푸틴(Grigori Rasputin), 러시아판 ‘비선 실세’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19세기 말, 시베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평범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20세기 초 황제 니콜라이 2세와 황후 알렉산드라의 총애를 받으며 궁정에 발을 들였다. 신비로운..

역사 2025.05.27

(완) 기록으로 되짚어 본 기묘하고 위험했던 과거의 치료법들

19. 산 게의 눈으로 붓기 빼기 알레르기나 염증, 벌레 물림, 혹은 전날 밤 실컷 울고 난 뒤 아침에 거울을 봤을 때 눈이 퉁퉁 부어 있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오늘날에는 냉찜질이나, 약,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비교적 쉽게 가라앉힐 수 있지만, 과거에는 이 흔한 증상에도 온갖 민간요법이 동원되었다. 그중에는 효과는 고사하고 듣기만 해도 섬뜩하고 기이한 방법도 있었다. 바로 16세기 유럽에서 성행했던 살아있는 게(crab)의 눈알을 사용하는 처방이다. 방법은 충격적일 만큼 잔인하다. 살아있는 게를 붙잡아 그 툭 튀어나온 눈알 두 개를 예리한 도구로 도려낸다. 그리고 이 눈알들을 실이나 끈에 꿰어 마치 목걸이처럼 만들어 환자의 목에 걸어주는 것이다. 이 끔찍한 ‘게 눈알 목걸이’를 부적처..

역사 2025.05.01

(3부) 기록으로 되짚어 본 기묘하고 위험했던 과거의 치료법들

14. 화약 + 식초로 만든 반죽으로 피부병 치료 백선증 또는 링웜(Ringworm)은 이름 때문에 기생충 감염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피부사상균이라는 곰팡이에 의해 발생하는 흔한 피부 감염증이다. 주로 붉은 고리 모양의 발진과 함께 가려움증을 동반하는데, 전염성이 있고 잘 낫지 않아 과거 사람들에게는 여간 성가신 질병이 아니었다. 곰팡이라는 원인을 알지 못했던 시절, 사람들은 이 끈질긴 피부병을 없애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는데, 그중에는 오늘날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위험천만한 처방도 있었다. 바로 화약과 식초를 섞어 만든 반죽을 피부에 바르는 것이다. 이 방법은 피부병이 생긴 부위에 반죽을 바르고, 병변이 완전히 사라져 보일 때까지 매일 꾸준히 반복하라고 권장되었다. 폭발물로 ..

역사 2025.04.27

(2부) 기록으로 되짚어 본 기묘하고 위험했던 과거의 치료법들

9. 사프란으로 숙취 & 우울증 치료황금보다 비싸다는 붉은 실 사프란(Saffron)은 단순한 향신료를 넘어 고대부터 귀중한 약재로 인정받아왔다. 독특한 향과 색을 지닌 이 희귀 향신료는 음식의 풍미를 더할 뿐 아니라, 인간의 몸과 마음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겨졌다. 14세기 웨일스의 중요 문헌 《헤르게스트의 적색서》에는 사프란의 효능과 경고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 책에 담긴 의학 지식 상당수는 '미드파이의 의사들'로 알려진 전설적 의술 가문과 연관된다. 12세기 웨일스 남부에서 시작된 이 의사 가문의 기원은 '호수의 여인' 전설에서 시작된다. 전설에 따르면 가문의 시조 리왈론이 호수의 여인과 결혼하며 그녀에게서 인간에게 유용한 약초 지식과 치료 비법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이후 이 가문..

역사 2025.04.25

(1부) 기록으로 되짚어 본 기묘하고 위험했던 과거의 의료행위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현대 의학의 눈부신 혜택 뒤에는 질병과 싸워온 인류의 길고 험난한 역사가 숨 쉬고 있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때로는 미신과 방술에 의존해야 했던 시절,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방식으로 병마와 싸웠다. 불과 100여 년 전 까지만 해도, 심지어 고대 문명의 기록 속에서도 현대인의 시각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때로는 경악스럽기까지 한 치료법들이 버젓이 존재했다. 동물의 배설물이나 신체 일부는 물론, 독성을 지닌 식물과 광물까지 약으로 쓰였다. 때로는 효과는 커녕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시술마저 진지하게 권장되기도 했다. 이러한 기록들은 당시 의학 지식의 명백한 한계와 질병 앞에서 인간이 느꼈을 절박함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이제 고대부터 근대 의학의 기틀이..

역사 2025.04.24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빛나는 지성 뒤편에 숨은 편견

독일 출신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명실상부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이다. 그의 통찰은 물리학계를 넘어 인류 역사에 깊은 족적을 남겼고, 그의 평화주의자이자 인권운동가로서의 면모 역시 널리 존경받았으며, 특히 1933년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뒤에는 흑인 인권을 적극 옹호하며 인종차별에 맞서는 상징적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여행 일기』는 이 존경받던 물리학자의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세계적 명성을 누리던 40대 초반의 아인슈타인이 극동과 중동을 여행하며 기록한 이 일기에는, 중국·스리랑카·팔레스타인 등지의 주민을 향해 내뱉은 노골적 편견과 모욕적 묘사가 그대로 남아 있다.중국인을 향한 독설1922년 가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부인 엘사와 함..

역사 2025.04.18

에이브러햄 링컨: '위대한 대통령' 이면의 놀라운 이력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노예 해방을 이끈 지도자. 에이브러햄 링컨의 이름 앞에는 늘 이런 묵직한 수식어가 따른다. 그러나 이처럼 거대한 정치적, 역사적 업적 이면에, 젊은 시절 그가 탁월한 실력의 레슬러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오늘날 그의 기록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이력이다. 링컨은 193cm에 달하는 큰 키와 20대 초반의 탄탄한 체력을 바탕으로 약 12년간 레슬링 선수로 활동하며 단 한 번의 패배만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기량은 후일 미국 레슬링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정도로 출중했다. 실제로 1850년대 그가 정치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을 때, 젊은 시절 다져진 '강골' 이미지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분명한 매력으로 작용했다. 흔히 수염을 기른 중..

역사 2025.04.09

(완) 역사상 가장 치열하게 검을 휘둘렀던 전설의 검객들 - 줄리 도비니, “라 모팽”

줄리 도비니는 1673년경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그녀의 아버지 가스통 도비니는 프랑스의 왕 루이 14세의 왕실 마굿간 책임자였던 아르마냑 백작 루이 드 로렌의 비서로 일했다. 어려서부터 그녀는 아버지에게 특별한 교육을 받았는데, 당시엔 드물게 소녀임에도 불구하고 남자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정규 학문 수업을 들었고, 아버지 밑에서 훈련 받던 소년 무관들 함께 검술 연습까지 했다. 줄리는 남장을 하고 병사들 사이에 섞여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검술에 재능을 보였고, 12세 무렵엔 성인 남성에게도 뒤지지 않는 솜씨를 갖추었다고 전해진다. 그녀의 몸놀림은 바람처럼 빠르고, 공격은 무서울 만큼 정확했다. 여성의 행동과 삶을 엄격히 억제하던 시대에, 그녀는 날카로운 칼끝으로 자신만의 길을 당당히 ..

역사 2025.04.01

(4부) 역사상 가장 치열하게 검을 휘둘렀던 전설의 검객들 - 슈발리에

조제프 불로뉴 "슈발리에" 18세기 프랑스, 신분이 곧 운명을 결정하던 암울한 시대. 조제프 불로뉴(1745~1799)는 신분과 인종이라는 견고한 장벽을 넘어 당시 프랑스 사회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위치에 올라섰다. 백인 귀족 아버지와 흑인 노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태생부터 신분과 인종이라는 견고한 벽을 마주해야 했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생조르주 기사(Chevalier de Saint-Georges)’라는 작위는 그에게 귀족의 지위를 안겨주었지만, 흑인 노예였던 어머니의 출신 성분은 그를 언제나 ‘혼혈’이자 ‘노예의 아들’로 규정짓게 했다. 그 당시 기록을 살펴보면 그를 "검은 피부의 아폴론"이라 칭송했지만 그 찬사 속 내면을 들여다보면 감탄과 차별이 함께 깃들어 있었다. 불로뉴는..

역사 2025.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