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우)에 푹 빠져 있었다. 북미 Sen'jin 서버에서 나름 유명한 길드장이자 공대장이었고, 와우 초창기부터 '불타는 성전', '리치 왕의 분노', '대격변' 확장팩까지 현실보다 와우가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보다 와우에서 만난 사람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하고, 현실에서는 털어놓기 힘들었던 깊은 이야기들을 스스럼없이 나누곤 했다. 그 시절의 와우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 또 다른 세상이었고, 그 세상 속 내 캐릭터는 나의 또 다른 자아였다. 언젠가 나의 와우 이야기는 다른 글로 풀어내기로 하고, 오늘은 와우 세계를 뒤흔든 사건, 바로 '오염된 피'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발단: 줄구룹 던전과 '오염된 피' 디버프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