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파리가 스친 음식, 진짜 괜찮을까?

OUTNUMBERED 2025. 4. 21. 08:35

 

음식 위에 '파리' 과연 안전할까?
음식 위에 '파리' 과연 안전할까?

 

모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혹은 가족들과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의 저녁 식사 자리, 상상만 해도 군침이 도는 맛있는 음식들이 눈앞에 놓여 있다. 막 첫 술을 뜨려던 행복한 순간, 어디선가 날아든 불청객, 파리 한 마리가 야속하게도 음식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다 에피타이저로 나온 스프 속으로 '풍덩' 빠지는 난감한 사태가 벌어진다. 순간 입맛은 싹 가시고, 손에 쥔 수저를 그대로 가져가야 할지, 아니면 미련 없이 내려놓아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진다. '에이, 파리 한 마리 잠깐 앉았다고 뭘 그래'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는 마음 한편에는, '온갖 더러운 곳을 돌아다녔을 텐데…'하는 찝찝함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음식물 쓰레기통부터 동물의 배설물까지, 파리의 불결한 동선을 떠올리면 도저히 안심할 수 없다.

 

과연 파리가 잠시 앉았다 날아갔거나, 잠시 빠졌던 음식, 정말 이대로 먹어도 괜찮은 걸까? 아니면 당장 음식 전체를 버리는 것이 건강을 위한 현명한 선택일까? 우리가 흔히 겪지만, 선뜻 결론 내리기 어려운 이 찜찜한 상황. 파리 한 마리가 우리 식탁에 미치는 생각보다 불결하고 복잡한 진실을 마주할 준비가 되었다면, 지금부터 이 글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음식에 파리 앉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집파리(Musca domestica)는 겉보기엔 만만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존재 자체가 움직이는 '오염원'에 가깝다. 파리는 주로 동물의 배설물, 썩어가는 유기물, 그리고 온갖 쓰레기 더미 위를 삶의 터전 삼아 먹고 번식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파리가 음식에 내려앉을 때, 첫 번째 오염은 바로 그 다리에서 시작된다. 파리는 사람의 혀처럼 맛을 느끼는 감각기관(미각 수용체)이 발 부분에 있어, 내려앉는 순간 먼저 다리로 음식의 맛을 본다. 이후 더 큰 문제는 파리의 먹이 섭취 방식에서 발생한다. 파리는 우리처럼 단단한 음식을 씹어 삼킬 수 있는 이빨 구조를 갖추지 못했다. 대신 스펀지나 빨대처럼 생긴 입(주둥이, proboscis)을 이용해 액체 상태의 음식만 빨아들일 수 있다. 따라서 탐스러운 고체 음식을 만나면, 파리는 자신만의 끔찍하면서도 효과적인 '전처리' 과정을 거친다.

 

우선, 파리는 자신의 소화액과 침, 그리고 이전에 먹었던 내용물 일부를 포함한 구토물을 음식 위에 뱉어낸다. 이 강력한 소화 효소가 포함된 '토사물'은 음식 표면을 녹여 액체 상태로 분해한다. 마치 음식을 외부에서 미리 소화시키는 셈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파리가 직전에 머물렀던 오물(쓰레기, 배설물 등) 속의 온갖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이 음식으로 고스란히 옮겨올 수 있다는 점이다. 파리는 이렇게 자신이 분해시킨 오염된 엑체를 다시 주둥이로 빨아들여 영양분을 섭취한다. 굳이 비유하자면, 스스로 '세균 스무디'를 만들어 먹는 것과 같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파리는 소화관이 짧고 활동량이 많아 먹는 동안에도, 혹은 음식을 맛보는 짧은 순간에도 매우 자주 배설한다. 파리의 배설물 역시 온갖 세균과 병원균의 온상이 될 수 있다. 만약 내려앉은 파리가 암컷이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음식 표면이나 미세한 틈새에 수십에서 수백 개의 알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알들은 곧 구더기로 부화하여 음식을 파고들게 된다. 즉, 파리가 입으로 무언가를 하기 전, 내려앉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이미 오염은 시작되는 셈이다.


그저 앉았을 뿐인데… 정말 그렇게 위험한 걸까?

만약 파리가 오직 깨끗한 환경에서만 서식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파리는 지독한 기회주의자다.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과 수분을 찾아 썩은 음식물 쓰레기, 가축 분뇨, 오물, 심지어 동물의 사체까지 가리지 않고 찾아다닌다. 문제는 이런 불결한 환경이 온갖 종류의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 등의 완벽한 번식처이자 저장고라는 점이다.

 

미국 코넬대학교 곤충학자 제프 스콧(Jeff Scott)의 경고는 그래서 더욱 섬뜩하다.

"집파리는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끔찍한 병균을 옮기는 운반책이다. 동물의 분뇨든 쓰레기든, 그 오염원에 있던 세균과 바이러스를 당신의 식탁 위에 고스란히 배달할 수 있다."

 

그렇다면 파리는 어떻게 병원균을 우리 식탁까지 옮기는 걸까? 크게 두 가지 방식이다. 첫째는 파리의 몸이나 다리에 묻은 병원균이 음식에 직접 접촉해 옮겨가는 '기계적 전파'. 파리가 음식 위를 잠시 걷거나 앉기만 해도 발생한다. 둘째는 더 심각한 경로로, 파리가 섭취한 오염 물질을 소화액과 함께 토해내거나 배설물을 통해 병원균을 음식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다. 파리는 이 두 가지 오염 방식을 매우 짧은 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으킬 수 있기에 그 위험성은 배가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파리가 옮길 수 있는 질병의 목록은 충격적일 정도로 길다. 전문가들은 집파리가 식중독의 주범인 살모넬라균, 이질균, 병원성 대장균(O-157 등 E. coli)부터 시작해 장티푸스, 콜레라 같은 치명적인 수인성 감염병, 결핵, 탄저병, 나병, 그리고 회충, 촌충, 편충 등 다양한 기생충의 알까지, 최소 100종 이상, 많게는 200종에 달하는 인간 및 동물 질병의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에는 병원 내 감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항생제 내성균(슈퍼박테리아)까지 옮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어 파리의 위험성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음식 위에 앉은 파리 한 마리는, 그저 잠시 쉬어 가는 성가신 존재가 아니라 온갖 질병의 씨앗을 뿌리고 가는 잠재적 위험 요소인 것이다.


파리가 앉은 음식, 정말 버려야 할까?

그렇다면 파리가 잠시 스쳤거나 빠졌던 음식,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눈 딱 감고 먹자니 찝찝하고, 버리자니 아까운 마음에 누구나 한 번쯤 고민했을 법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면 미련 없이 버리는 것이 건강을 위한 가장 안전한 선택이다. 파리가 다녀간 음식 앞에서는 찰나의 아까움보다는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결단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