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차엘 소넨(Chael Sonnen): 악당인가, 영웅인가, 아니면 그 둘 이상의 무언가

OUTNUMBERED 2025. 1. 7. 12:46

차엘 소넨
차엘 소넨

1. “나를 사로잡은 차엘 소넨”

처음 봤을 땐 뭐랄까, 신기했다. 흔히 “트래시 토크”라고 하면, 격투기나 프로레슬링, 혹은 뭔가 머슬 마초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지지 않나. 그러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날 이끌어 ‘Chael Sonnen Trash Talk Compilation’이라는 영상을 우연히 클릭해버렸는데, 한두 마디 듣자마자 그만 빠져버렸다. “이게 정말 격투기 선수의 언행이 맞아?” 싶을 만큼 과감하고 무례하기도 했지만, 재치가 넘치고 순발력이 뛰어났다. 분명히 선을 넘는 부분이 많았음에도, 이상하게도 재미가 있었다.

“문화충격”에 가까웠던 첫인상

내가 처음 본 ‘컴필레이션 영상’ 속의 차엘 소넨은 마이크만 잡으면 상대방을 완전히 깎아내리는 악동(Heel) 캐릭터였다. 예를 들어: 

 

 

“Anderson Silva, you absolutely SUCK!”
(앤더슨 실바, 넌 완전히 쓰레기야!)

 

이건 비교적 순한 편에 속했다. 다른 발언들을 살펴보니, 상대의 아내나 종교, 인종까지 들먹이는 내용도 있었다. “이건 진짜 너무하네”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와, 이 정도까지 말해도 되나?”라는 충격과 동시에 미묘한 쾌감(?)이 있었다. 여기서 “쾌감”이라 함은, 꼭 그 발언이 옳아서가 아니라, “스포츠가 이렇게까지 쇼적인 요소를 품을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에서 오는 일종의 흥분이였다.

심드렁하고 무례한 ‘악동’의 묘한 매력

차엘 소넨은 인터뷰나 기자회견에서 늘 심드렁한 표정으로 상대를 깎아내린다. 너무 심각하게 열변을 토하기보다는, 건성건성 말투를 유지하며 “쟤는 아무것도 아냐”라는 식으로 도발한다. 상대방이 분노하면, 그 모습을 본 소넨은 되레 “왜 이렇게 예민해? 내가 진실을 말했을 뿐이야”라며 웃어넘긴다. 이런 태도는 “설마 진심으로 증오해서 저러는 걸까?”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많은 팬들은, “저건 캐릭터다. 그는 프로레슬링의 힐(Heel) 기믹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캐릭터성이 어떻게 경기에까지 영향을 미쳤는가? UFC 역사에서 가장 뜨거운 라이벌전 중 하나인 앤더슨 실바와의 대결을 들여다보면, 그 해답이 보인다.


2. “트래시 토크의 달인” – 차엘 소넨의 공격성

매력적인 악역(Heel) 캐릭터의 탄생

격투 스포츠에서는 간혹 ‘악역’이 챔피언보다 주목받기도 한다. 프로레슬링이 그 대표적 사례다. UFC도 마찬가지다. 코너 맥그리거(Conor McGregor)의 망언, 콜비 코빙턴(Colby Covington)의 극우 스탠스 등, 늘 논란을 동반하는 악동들이 흥행을 끌어온 역사가 있다. 차엘 소넨은 이 계보의 ‘시초’나 마찬가지다. 맥그리거나 코빙턴보다 훨씬 전에, 이미 “브라질에선 사람들을 사기꾼이나 약물쟁이로 보는 게 당연하다”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Brazil, you stick the needle in your a**, you cheat, you scumbag!”
– 브라질 출신 선수들을 싸잡아 욕하며, 브라질 팬들의 극도의 분노를 유발

 

이런 식의 발언은 누군가에겐 용납할 수 없는 인종 차별적 공격이지만, 동시에 UFC 흥행에는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브라질 팬들은 대거 “소넨의 처절한 패배”를 보려고 PPV를 결제하기 시작했고, 모두가 그를 증오하면서도 경기에 귀를 기울였다.

유튜브 하이라이트: 끝없이 이어지는 막말 쇼

 

차엘 소넨의 트래시 토크 영상을 보면, 5분에서 10분가량의 ‘막말 모음’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이 사람이 하루종일 무슨 말을 쏟아냈는지 궁금해지는 수준이다.

  • 앤더슨 실바 가족 비하,
  • 반더레이 실바와 길거리에서라도 싸우겠다는 협박,
  • 티토 오티즈의 전 아내(제나 제임슨: 미국 유명 포르노 배우)까지 언급하며 “너보다 입으로 돈 더 잘 벌었다”는 망언,
  • 노게이라 형제 비하, “버스를 말로 착각해 당근을 먹이려 했다”는 농담 등등.

이는 어느 수준을 넘어선, 거의 프로레슬링 스토리라인에서나 볼 법한 자극적인 멘트다. 하지만 이런 자극적인 언사가 때로는, 그를 ‘무대 위의 스타’로 만들었다는 게 흥미로운 점이다.

트래시 토크의 그림자: 비판과 논란

당연히, 이런 트래시 토크가 늘 호의적인 반응만 얻는 건 아니다.

  • 브라질 팬들을 비롯해, 특정 인종·국가를 비하당했다고 느낀 사람들은 “소넨을 당장 UFC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스포츠 정신이란 게 있는가?”라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러나 UFC 데이나 화이트 회장은 이 문제를 두고 소넨을 징계하지 않았다. 오히려 “흥행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방치했다는 게 중론이다. 결과적으로, 소넨은 UFC 내부에서조차 ‘짜증나지만, 흥행에 필요한 인물’ 정도로 이해됐고, 이는 더욱 과감한 트래시 토크를 가능하게 했다.

내게 주는 트래시 토크의 재미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막말을 전부 옹호하진 않는다. 어떤 발언들은 명백히 선정적이고,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다. 하지만, “왜 이런 막말에 사람들이 열광할까?”를 고민해 보면, ‘금기를 깨는 쾌감’이라는 측면이 존재한다. 공공연히 금기시되는 소재(가족, 인종, 문화 등)를 건드리면서, 대중의 분노와 호기심을 동시에 잡아끌기 때문이다.

  • “아, 저건 너무 심해… 하지만 다음엔 또 무슨 소릴 하지?”
  • 이게 바로 트래시 토크에 빠져드는 이중적 심정이다.

3. 종합격투기 파이터로서의 기술과 전술

레슬링 기반 – “상대를 눌러버려라”

오리건 주립대 시절 차엘 소넨
오리건 주립대 시절 차엘 소넨

 

차엘 소넨은 오리건 주립대 시절부터 레슬링 선수로 활약하며, NCAA 대회 등에서 실력을 키웠다. 그가 UFC에 데뷔했을 때도, 사람들은 “그래, 레슬링 베이스의 파이터가 또 하나 들어왔군”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 레슬링 수준이 보통이 아니었다는 게 앤더슨 실바와의 1차전에서 입증됐다.

  • UFC 117: 앤더슨 실바의 압도적인 타격을 봉쇄하고, 5라운드 내내 테이크다운과 그라운드 앤 파운드로 지배했다.
  • 마지막 2분에 뒤집히긴 했지만, “차엘 소넨이 앤더슨 실바를 이렇게 몰아붙이다니” 하는 충격으로 인해, 패배했음에도 스타덤에 올랐다.

그렇다. 소넨은 말뿐 아니라 이길 뻔할 정도로 실력도 갖춘 파이터였다.

타격 능력과 그래플링 연계

소넨의 펀치나 킥은 미들급 최강이라 보긴 어렵다. 그의 강점은 “레슬링 → 그라운드 컨트롤 → 파운딩”이라는 전형적인 그래플러 패턴에 있다. 상대를 넘어뜨린 뒤엔, “테이크다운-클린치-짧은 파운딩” 등으로 꾸준히 점수를 쌓는 식이다. 또, 트래시 토크로 상대 멘탈을 흔들어놓으면 무리한 타격전을 하게 만들어, 테이크다운 성공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멘탈 게임의 대가

대부분의 선수들은 경기 전날, 혹은 기자회견에서 독설에 시달리며 분노나 부담을 안고 옥타곤에 오른다. 이미 심리적으로 지친 상태에서 레슬링으로 찍어누르는 소넨과 싸우면 쉽지 않다. 결국 심리전(멘탈 게임) + 레슬링이 그를 “단순한 말꾼”이 아닌, ‘강력한 컨텐더’로 만든 핵심 요인이었다.


4. 앤더슨 실바, 존 존스 등 역대급 챔피언들과의 대립

앤더슨 실바와의 앙숙 관계

UFC 117 앤더슨 실바 vs 차엘 소넨
UFC 117 앤더슨 실바 vs 차엘 소넨

1차전: “실질적 챔피언은 나였지!”

앤더슨 실바는 UFC 미들급 ‘괴물 챔피언’으로 불릴 정도였다. 소넨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실바 따위 내가 무너뜨릴 것”이라며 도발했고, UFC 117에서 그 말이 어느 정도 사실임을 입증해냈다.

  • 마지막 2분에 삼각초크로 역전패했으나, “아깝게 놓친 승리”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 경기 후 인터뷰: “난 23분 동안 그를 박살냈고, 마지막 30초에 잡혔을 뿐”이라는 망언(?)으로 더 큰 화제를 몰고 옴.

2차전: 앤더슨 실바와의 재대결

팬들은 소넨이 이번엔 실바를 꺾으리라 기대했지만, 2라운드 중반 허무하게 KO/TKO로 패배. 흥행은 대성공이었으나, 소넨은 “결국 실바 벽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이 라이벌전 자체가 UFC 미들급의 역사를 새롭게 썼고, 소넨은 ‘필수 악역(Heel)’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라이트헤비급으로의 무모한 도전 – 존 존스

존 존스 vs 차엘 소넨
존 존스 vs 차엘 소넨

 

미들급에서 실바를 못 이긴 소넨은 “그럼 한 체급 올려서 존 존스(Jon Jones)와 붙겠다”는 무모함을 발휘했다. 결과는 완패였으나, 기자회견에서 “가짜 금벨트를 찬 응석받이 꼬마”라는 독설로 또 한 번 미디어를 달궜다. UFC도 흥행 면에서 성공적이라며 만족했으니, 소넨은 “패배해도 흥행은 이끈다”는 모순적 캐릭터가 되었다.


5. 팟캐스트와 화법 – 매일 듣게 만드는 매력

차엘 소넨 팟캐스트
차엘 소넨 팟캐스트

 

팟캐스트의 콘텐츠: 경기 뒷이야기부터 정치·사회까지

은퇴(혹은 반은퇴) 후, 소넨은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운영하며 여전히 독설과 이슈 메이킹을 이어간다. 과거 앤더슨 실바전 비하인드, 다른 선수들 디스, MMA 업계 동향 분석 등 주제도 다양하다.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라는 철학

그는 꾸준히 “MMA는 경기력뿐 아니라, 쇼와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 철학 아래 스스로를 ‘가장 불편한 악역’으로 세팅해, 챔피언 벨트를 얻지 못했어도 흥행 카드가 됐다.

진심과 과장의 경계

소넨의 발언 중에는 “뻔히 연출된 과장”도 있고, 가끔은 날카로운 통찰로 후배들을 정확히 짚어주기도 한다. 이 진심과 허언 사이를 오가는 능력이, 그를 평범한 막말러가 아닌 ‘캐릭터형 해설가’로 만든 요인이다.

청취자 입장에서의 팬심 포인트

하루를 마치고 그의 방송을 틀면, “이번엔 또 어떤 독설이?”라는 기대와 함께 스트레스가 풀린다. “나쁜 남자인 건 알지만, 왜 이렇게 재밌지?”라고 느끼는 순간이, 소넨 팟캐스트의 묘미다.


6. 부동산 스캔들 & 정치적 야망 

차엘 소넨 하원의원 선거
차엘 소넨 하원의원 선거

정계 진출 계획: “The American Gangster”의 야망

차엘 소넨은 한때 오리건주 하원의원 선거 출마를 고려하며, “말빨과 인지도라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 정치판은 만만치 않았고, 이 계획은 결국 무산된다.

부동산 관련 법정 문제: “진짜 갱스터였나?”

결정타는 부동산 스캔들(모기지 사기)이었다. 불법 대출 서류 조작 등에 연루돼 유죄 판결, 벌금과 사회봉사 처분을 받았다. 팬들은 “그렇게 입이 큰 놈이, 실제로도 사기꾼이었네?”라며 충격을 받았다.

이미지에 미친 파급 효과

“트래시 토크는 쇼”로 넘어갈 수 있어도, 범법행위는 달랐다. 일부 팬들은 등을 돌렸지만, 또 일부는 “원래 그런 캐릭터”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내가 느낀 아이러니

나도 처음엔 “이건 진짜 범죄잖아?”라며 실망했으나, 이내 또다시 그의 팟캐스트를 듣게 되었다. 스캔들마저 ‘스토리’가 되는 그의 삶이 너무나 드라마틱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유죄가 있는 즐거움’인 듯하다.


7. 약물(도핑) 적발과 끊이지 않는 논란

차엘 소넨 약물 논란
차엘 소넨 약물 논란

PED(금지 약물) 사용 이력: “말뿐 아닌 실제 치명적 오점”

소넨은 2010, 2012, 2014년 등 여러 차례 금지약물 양성 반응이 나왔다. TRT 금지 이후에도 몰래 약물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UFC 출전 정지를 당했다.7-2. 방어 논리와 책임 회피 시도 초기엔 “의사의 처방을 잘못 이해했다” 등으로 변명했으나, 세 번째 적발쯤 되자 팬들도 외면했다. 결국 ‘약물 상습범’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나쁜 남자’ 이미지의 극대화

도핑 적발은 커리어에 치명적이었지만, 오히려 그의 악역(Heel)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는 결과가 되었다. 결국 그는 Bellator로 건너가 또 다른 논란을 이어갔다.


8. 은퇴 이후: 해설자, 사업가, 그리고 ‘여전한’ 차엘 소넨

차엘 소넨 ESPN
차엘 소넨 ESPN

해설가·평론가 활동: “말로 먹고산다”

소넨이 선수 생활을 끝낸 뒤, ESPN, Fox Sports, Bellator 등에서 해설자로 활약하며, 여전히 공격적인 화법과 경험을 살려 화제를 모았다. “직설적이고, 지루하지 않다”는 평이 많다.

팟캐스트·유튜브 등 1인 미디어: “내가 왕이다”

공중파보다 자유로운 1인 미디어 환경에서, 소넨은 더욱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간다. “이번엔 또 무슨 막말?”을 기대하게 만드는 강한 중독성이 특징이다.

비즈니스·체육관 운영 등, “끝없는 도전”

부동산 사기 전과로 ‘사업가’ 이미지를 대놓고 내세우긴 어렵지만, 체육관 운영, 세미나, 코치 등 다방면으로 활동을 이어가며 수익 모델을 만들고 있다.

정치적 야망은 끝인가?

부동산 스캔들로 전과가 생긴 이상, 현실적으로 정계 진출은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워낙 돌발행동이 많아 완전히 단정하긴 어렵다는 말도 돈다.


9. 공격적인 시각: 대체 악당인가, 영웅인가?

오만과 거짓의 역사

  • 트래시 토크: 가족·인종·문화까지 거침없이 공격
  • 도핑 스캔들: 반복된 약물 적발
  • 부동산 사기: 불법 대출, 유죄 판결
  • 정치 야망: 결국 수포로 돌아감

어찌 보면 “사기꾼 악당”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는 이 모든 난장판 속에서 흥행을 끌어내며 더욱 주목받았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경계

차엘 소넨은 “격투기가 어디까지 쇼로 치닫을 수 있는가?”라는 극단을 보여준다. 스토리라인이 중요해진 MMA에서, 그는 논란을 극단적으로 활용해 fame과 hate를 동시에 얻었다.

팬으로서의 고민

나 역시 “이건 너무 악질”이라는 생각과 “그래도 재밌다”는 생각 사이를 오간다. 그의 팟캐스트를 끊고 싶어도, 어느새 다시 듣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게 바로 차엘 소넨 팬덤의 본질, ‘유죄가 있는 즐거움’이라고 느낀다.


10. 결론: “차엘 소넨, 나의 ‘유죄’가 있는 즐거움”

인물 종합 평가

차엘 소넨은 챔피언 벨트를 얻지 못한 ‘비운의 스타’였지만, 미들급·라이트헤비급 할 것 없이 경기마다 흥행의 중심에 있었다. 앤더슨 실바, 존 존스, 브라질 팬들과의 악연, 부동산 사기, 도핑 스캔들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나, 그 덕에 MMA가 단순 스포츠가 아닌 ‘거대한 쇼’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공격적’이고 ‘모순’적인 그의 매력

소넨은 악당이면서도 인간적인 허점을 보이고, 거짓말쟁이처럼 보이다가도 가끔 진솔한 면을 드러낸다. 이 복잡함이 그를 진부하지 않은 캐릭터로 만들었다.

미래 전망

정계 진출은 힘들어 보여도, 해설·팟캐스트·사업 등으로 “차엘 소넨표” 독설과 쇼맨십은 계속될 것이다. 팬들은 “아, 또 뭔 말을 했나?”라며 끝없이 그를 찾는다.

팬인 내가 전하는 끝맺음

결국 차엘 소넨은 ‘결함 많은 인간’이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즐거움을 얻는 대상이다. 트래시 토크 영상을 보고 웃고, 팟캐스트를 듣다가 “심하잖아?”라고 욕하면서도 끝까지 듣게 된다. “왜 이런 사람에게 빠졌을까?”라고 자문해 보면, 그 안에는 묘한 중독성이 자리한다. 이게 바로 소넨을 ‘유죄가 있는 즐거움(guilty pleasure)’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결함투성이지만, 더욱 흥미로운 캐릭터

차엘 소넨은 종종 “나는 세상에서 제일 나쁜 남자”라고 말한다. 실제로도 여러 범법행위와 독설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한 번 듣기 시작하면, 그의 비틀린 매력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다. 악역이면서도 통찰력과 유머를 간간이 드러내는 그의 언행은, 격투기를 하나의 종합 예능처럼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나는 지금도 피곤한 날이면 소넨의 팟캐스트를 튼다. “또 이런 말을?” 하고 웃거나 “너무하네”라고 비판하면서도, 손을 멈추지 못한다. 이것이야말로 차엘 소넨이 남긴 가장 큰 유산 아닐까. 결코 깨끗하지 않고,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인간적이고, 더 스릴 있는 것. 그게 바로 차엘 소넨이라는 이름을 영원히 잊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다.


최종 소감

차엘 소넨
차엘 소넨

 

차엘 소넨은 MMA 역사에서 참 독보적인 인물이다. 챔피언은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큰 화제를 몰고 다녔다:

  • 인종·문화·가족까지 건드리는 파격적 트래시 토크,
  • 앤더슨 실바를 위협하며 UFC 미들급·라이트헤비급을 뒤흔든 실력,
  • 도핑·부동산 사기로 얼룩진 일탈 행적,
  • 그리고 은퇴 후에도 해설·팟캐스트·사업 등 다채로운 활동.

“이 사람 하나가 만들어낸 드라마가 얼마나 대단한가” 싶은 생각이 든다. 착하고 올바른 챔피언만 있었다면, UFC나 MMA가 지금만큼 대중적 관심을 못 받았으리라. 결함 많은 악역이 때론 더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팬들에게 분노와 열광을 동시에 안긴다. 그 과정에서 MMA는 더욱 성장했고, 이야기거리가 풍성해졌다. 그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차엘 소넨이 **종합격투기의 ‘엔터테인먼트적 가치’**를 극대화한 인물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나 역시 그를 완전히 응원하기도, 철저히 비난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늘 모순된 감정을 품고 그의 트래시 토크를 듣는다. 논란투성이인 그의 세계가 묘하게 중독적이란 걸 부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차엘 소넨이 지닌 아이러니이자, 그가 현대 격투 스포츠에 남긴 본질적 유산이다. “충격적이고, 불편하며, 동시에 재미있다.” 스포츠가 어디까지 흥행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해야 하는지, 그 경계를 시험해본 실험자로서, 그는 역사에 남을 것이다.

“나는 거짓말쟁이이자 사기꾼이지만, 흥행의 천재이자 엔터테이너다. 너희는 나를 욕하면서도 구경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차엘 소넨이 실제로 이렇게 말하진 않았지만, 그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이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이상으로 차엘 소넨에 대한 긴 기록을 마친다. 조금이나마 그의 복잡다단한 면모왜 대중이 그에게 중독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어쩌면 지금도 소넨은 누군가를 도발 중이고, 나는 그걸 또다시 소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