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1부] 미국을 주름잡던 뉴욕 마피아 '5대 패밀리'는 누구인가?

OUTNUMBERED 2025. 3. 2. 09:03

1920년부터 1933년까지 미국에선 금주법이 시행되었다.
1920년부터 1933년까지 미국에선 금주법이 시행되었다.

 

1920년대 미국에선 '금주법'이 시행되었다. 1920년부터 1933년까지 지속된 이 법은 알코올 음료의 제조,판매, 운반을 전면 금지했다.금주법은 개신교 신자들이 중심이 된 '절제 운동'에서 시작되었다.이들은 술이 가정 폭력,범죄, 빈곤 같은 사회 문제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했다.또한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 맥주를 마시는 것은 애국심에 어긋난다"는 감정과 함께 곡물을 술 대신 군대 식량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다.이런 도덕적,종교적, 애국적 분위기 속에서 미국은 1920년 술의 생산과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미국 시카고의 마피아 조직 "시카고 아웃핏"의 두목 "알 카포네"
미국 시카고의 마피아 조직 "시카고 아웃핏"의 두목 "알 카포네"

 

하지만 금주법은 오히려 불법 주류 밀매업을 통해 마피아와 범죄 조직들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었다. 시카고의 '아웃핏(Outfit)'을 이끈 알 카포네, 뉴욕의 이탈리아계 마피아를 현대화한 찰스 "럭키"루치아노, 유대계 조직의 두목 메이어 랜스키,라스베이거스 도박 산업의 선구자 벤자민 "버그시"시겔, 시카고 마피아의 기반을 닦은 조니 토리오 같은 범죄 조직들이 불법 주류 시장을 장악했다.이들은 시카고,뉴욕, 필라델피아 등 대도시에서 비밀 주점인 '스피크이지(speakeasy)'를 수천 개 운영하고,캐나다와 카리브해에서 밀수한 술을 정상가의 5~10배 높은 가격에 판매했다.이 과정에서 경찰,판사, 정치인들을 매수하여 자신들의 사업을 보호했고,경쟁 조직들과의 영역 다툼에서는 잔혹한 폭력을 서슴지 않았다.금주법을 통해 성장한 범죄 조직들은 금주법이 폐지될 위기에 처하자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세력 다툼을 벌이기 시작했다.

 

뉴욕의 이탈리아계 마피아를 현대화한 찰스 "럭키" 루치아노
뉴욕의 이탈리아계 마피아를 현대화한  찰스 "럭키" 루치아노

 

이 혼돈의 시기에 찰스 "럭키" 루치아노는 시칠리아 출신 보스들의 독재적 리더십이 더 이상 미국에서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새롭고 체계적인 조직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뉴욕의 주요 범죄 조직들을 통합하는 '위원회'를 설립했다.이 위원회는 영토 분쟁을 조정하고,이익을 공유하며,불필요한 폭력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1931년,찰스 "럭키" 루치아노를 중심으로 뉴욕의 5대 범죄 조직이 이끄는 통치 기구, "위원회"가 설립되었다.이 역사적인 결정은 마피아의 현대화를 의미했으며,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전환점이 되었다.이후 40년간 뉴욕의 "5대 패밀리"는 도박,마약 밀매뿐만 아니라 건설,운송 회사까지 장악하며 다양한 사업에 손을 뻗쳤다.특히 뉴욕 항구의 통제권을 장악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상품 흐름을 조절했으며,의류 산업,쓰레기 수거업,심지어 음식 배달 서비스까지 그들의 영향력 아래 놓였다.

 

1931년, 찰스 "럭키" 루치아노 를 중심으로 뉴욕의 5대 범죄 조직 이 이끄는 통치 기구, "위원회" 가 설립되었다.
1931년, 찰스 "럭키" 루치아노 를 중심으로  뉴욕의 5대 범죄 조직 이 이끄는 통치 기구,  "위원회" 가 설립되었다.

 

제노비스, 보나노, 루케스, 감비노, 콜롬보. 위원회 결성 초기, 5대 패밀리의 주요 구성원들은 대부분 이탈리아,특히 시칠리아 출신 이민자들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시칠리아 마피아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었는데, 그들을 옭아맨 것은 바로 오메르타(Omertà)였다. 오메르타는 조직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침묵을 맹세하는,피보다 진한 맹약이었다.위원회는 오메르타를 5대 패밀리 운영 원칙으로 도입,조직원은 물론 다른 패밀리 조직원까지 밀고하는 행위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며 결속력을 다졌다.이 '침묵의 법칙'은 너무나 강력해서 FBI와 법 집행기관들은 수십 년 동안 마피아 조직의 내부 구조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이들의 권력은 1970년, 미국 의회가 RICO법(Racketeer Influenced and Corrupt Organizations Act)을 통과시키면서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이 법은 범죄 조직의 보스들이 직접 범죄를 저지르지 않더라도 조직적 범죄 활동에 관여한 것만으로도 기소할 수 있도록 하여,수십 년간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던 마피아에게 치명타를 날렸다.철옹성 같던 오메르타는 RICO법 앞에 무너져 내렸고,조직원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를 밀고하기 시작했다.심지어 감비노 패밀리의 2인자였던 새미 "더 불"그라바노는 보스 존 고티를 배신, FBI에 결정적인 증언을 제공하며 마피아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19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며 마피아의 영향력은 계속 쇠퇴했지만, 5대 패밀리는 여전히 건재하다. 전통적인 불법 도박,마약 밀매,갈취 등의 수익원이 줄어들면서,그들은 사이버 범죄,의료 사기,신용카드 사기 등 보다 정교하고 현대적인 범죄로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특히 다크웹과 암호화폐를 활용한 자금 세탁,가짜 처방전 발급,온라인 금융 사기 등은 이들의 새로운 수익원이 되었다. FBI와 법 집행 기관의 강력한 단속과 지속적인 감시에도 불구하고,이들은 더욱 은밀하고 조직적인 방식으로 움직이며 살아남고 있다.럭키 루치아노가 구축한 체계적인 조직 운영 방식과 코사 노스트라의 엄격한 내부 규율 덕분에 (여기서 ‘코사 노스트라(Cosa Nostra)’는 이탈리아-미국 마피아를 지칭하는 ‘우리의 것’이라는 뜻으로, 마피아 조직원들 사이에서 자신들만의 비밀스러운 결속을 의미한다.) 5대 패밀리는 거의 한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미국 범죄 역사에서 가장 견고하고 오래 지속된 범죄 네트워크로 남아 있다. 이제,뉴욕을 지배했던 5대 마피아 패밀리, 그들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이글은 [2부] 러키 루치아노의 제노비스 패밀리”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