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실수'라더니 1년 넘게 방치? 도쿄대, '보이지 않는 차별' 논란

OUTNUMBERED 2025. 1. 26. 04:11

도쿄대의 코드 한 줄, 그리고 차단된 문

일본의 최고 명문 "도쿄대학교"
일본의 최고 명문 "도쿄대학교"

 

 

2023년,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일본 최고 명문, 도쿄대 대학원 진학을 꿈꾸던 중국 본토의 지원자들은 난관에 봉착했다. 입학 안내 페이지 접속이 차단된 것이다. 대학 측은 이 사건이 단순한 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로 특정 집단이 입학 기회를 잃는 상황을 초래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일본과 중국의 복잡한 역사적, 정치적 관계와 맞물려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명문 대학이 지녀야 할 사회적 책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건으로 비화되었다.

 

차단된 페이지, 숨겨진 메시지

교묘하게 숨겨진 "6월 4일 천안문" 키워드
교묘하게 숨겨진 "6월 4일 천안문" 키워드

 

2023년 8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약 1년간, 도쿄대학교의 한 대학원 프로그램 입학 페이지는 중국 본토에서 접속할 수 없었다. 이유는 페이지 코드에 숨겨진 단어 때문이었다. 코드에 박힌 단어는 "6월 4일 천안문(六四天安門)"이었다. 1989년 중국 학생들의 민주화 요구가 잔혹하게 진압된 사건을 상징하는 키워드다. 중국 정부는 이 사건을 검열 시스템으로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그래서 이 단어가 포함된 페이지는 중국 본토에서 열리지 않는다.

 

이 상황이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해 도쿄대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의도적인지, 단순한 실수인지. 하지만 결과적으로 중국 본토의 지원자들은 페이지에 접근할 수 없었고, 13개월 동안 입학 정보 자체가 봉인된 셈이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코드 한 줄"의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는 이런 차단이 불가피했을 거라고, 아니면 차라리 속 시원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한 줄의 코드가 시사하는 바는 결코 가볍지 않다. 페이지의 가시성은 기술이 결정했지만, 그 기술 뒤에 있는 의도와 맥락은 사람이 만든 것이다.

 

일본과 중국, 오래된 긴장감

일본 도쿄대 대학원 오사와 쇼헤이(31) 특임교수의 트위터.
일본 도쿄대 대학원 오사와 쇼헤이(31) 특임교수의 트위터.

 

도쿄대의 코드 한 줄은 단순히 웹사이트 차단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그 배경에는 일본과 중국 사이의 오래된 긴장감이 깔려 있다. 2019년, 도쿄대는 또 다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본 도쿄대 대학원 오사와 쇼헤이(31) 특임교수"중국인은 고용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공공연히 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중국인의 성과가 낮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었다. 결국 이 교수는 해고되었지만, 사건은 일본 사회 내의 반중 정서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이런 일들은 개별적인 해프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더 큰 그림의 조각이다.

 

일본 내에서는 중국의 부상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으며, 이는 종종 차별이나 배제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국에서도 반일 감정은 여전히 강하다. 20세기 전반에 벌어진 “난징 대학살” 같은 전쟁의 기억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다. 이 사건에서 도쿄대가 키워드를 의도적으로 삽입했는지, 단순 실수였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생각하면, 이 키워드가 단순히 코드에 삽입된 것 이상의 의미로 읽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6월 4일 천안문”이라는 단어가 선택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것은 단지 한 대학의 문제라기보다, 두 나라 사이의 오랜 불신과 경계심이 어떻게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차별, 기술, 그리고 숨겨진 의도

 

기술은 중립적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의 손길에 따라 중립은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다. 도쿄대의 웹페이지 소스코드에 삽입된 "6월 4일 천안문"이라는 단어는 그 본질을 정확히 보여준다. 이 단어 하나가 중국 본토의 지원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벽이 되었다. 그 벽은 물리적인 것도, 명시적인 차단도 아니었다. 단지 코드 속에 숨겨진 한 줄이었다. 그 누구도 "중국인은 지원할 수 없다"고 직접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차단의 결과는 그 말과 다르지 않았다. 과거의 차별은 노골적이고 폭력적이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차별은 기술과 결합하며 더욱 은밀하고 정교해졌다. 도쿄대의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수'였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기술의 그늘 아래, 차별이 얼마나 교묘하게 숨겨질 수 있는지를 드러냈다. 이제 기술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보이지 않는 권력으로 작동한다.

 

차단된 벽 뒤에서

 

도쿄대 웹사이트에 삽입된 코드 한 줄은, 언뜻 보기에는 사소한 해프닝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작은 코드 한 줄은 우리에게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첫째, 일본과 중국, 두 국가 간의 복잡한 관계에 대한 것이다. 둘째, 기술의 사용과 그 이면에 담긴 의도에 관한 것이다. 기술은 결코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그 설계와 활용 방식에는, 그것을 만들고 사용하는 사람들의 가치관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관은 때때로 편견이나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도쿄대의 사건은 문제가 된 코드를 수정함으로써 일단락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기술을 이용한 보이지 않는 차별은, 언제든, 어떤 형태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혹은 우리가 만드는 기술에는 어떤 의도가 담겨 있을까? 그리고 그 의도는 과연 모두에게 공정한 것일까?